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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기록] 세계단편문학 2강 14.04.10 0:24
잔뒤군 HIT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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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이와 '나니' 샛별이. (2014. 4. 1)

 

 

그토록 물어보고, 또 얘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생각보다 꺼내기 어렵다. 꼭 사회적 금기에 해당되서가 아니라도, 물어봤자 "어랍쇼?"한 분위기가 연출되기 쉬운 질문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러 흘려넘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인생이란 도대체 뭐지?"라는 질문이 그렇다. 이 얘기는 의심의 눈치를 딱 받기 좋은 질문이다. '너 요즘 무슨 일 있니?'라고 말이다.

 

아니다. 나에겐 별 일이 없다. 난 그저 이 질문을 오래두고 반복할수록, 인생의 그 거친 알갱이가 입에 씹히는 느낌이 드는 것이 좋은 것뿐이다. 그러므로, 우리 좋은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핑계는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마지막에 나오는 로라의 그 대사 "인생이란... 인생이란...."의 뒷말을 완성시킨다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우리가 호흡하듯 마주하고 있는 그 문제에 대해 최초의 답변을 요구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16살이라고, 17살이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인생이란?

우선 정훈이(17)가 선택했던 답안은 '멋진 쓰레기'였다. 아마도 그 인생이 가지는 달고 쓴 총천연색 풍미에 대해 표현하려면 형용 모순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다지 유쾌한 일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꽤 멋있는 것도 사실이니 충분히 납득가능한 대답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수영(16)이도 '자이로 드롭'이라고 표현했다. 느릿느릿 솟아오르다 일순간 기적같이 추락하고 마는 가역적인 심상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그 놀이 기구를 탄 이들은 다시 땅에 두 발을 내딛게 되니, 이것은 아마도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져있는 죽음에 대한 메타포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도(서윤, 15)는 '인생이란 죽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학이란 '죽음에 대한 예행 연습'(플라톤)이라는 그 오래된 격언을 알고 있었을까? 혹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하이데거)라는 정의를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것일까? 주도에 대한 다소간의 의심(?)을 제쳐두고 생각해보더라도, 삶은 곧 죽음을 향해가는 여정임은 분명했다. 삶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피해서는 안된다.

 

 

렌즈를 바라보는 언상이와 주도의 적극적인 발표 (2014. 4. 1)

 

 

언상(17)의 경우, 솔직하게 '말할 수 없다'는 답을 선택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일침처럼,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므로, 우리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뿌연 안개처럼 깔려있는 인생의 의미를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은(18)이와 샛별(16)이, 그리고 현지(17)는 각각 인생이란 '신기한 것' '미지의 것'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하은이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는 것도,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 중 이 교실 안에서 만난 것도, 지금 이 시대를 동시에 살아가는 것도 모두 신기하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스쳐지나가는 벚꽃의 풍경이나 해질녘 버얼겋게 물든 서쪽 하늘의 풍광은 입벌리고 바라만 봐도 신기한 모습이다. 자연의 신비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세계는 뭐든지 신기하다.

 

이런 설명이 좀 더 방향을 잡고 나아가게 되면 우리는 냐래(혜빈, 18)의 설명에 이르게 된다. 냐래는 날카롭게도 인생이 그저 '우연'에 의해 이룩된다는 사실을 포착해냈다. 누군가 잘못없이 암에 걸리는 것도, 누군가 뛰어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도, 누군가 원치 않게 21세기 한국에 태어나는 것도 모조리 우연적인 사건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만 것이다. 인생은 이렇게 거대한 우연의 힘으로 쿵쾅쿵쾅거리며 엔진을 돌리고 있으니, 우리는 그 우연에 맞게 아둥바둥 살아갈 뿐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우리는 그저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기 위해 태어난 연극 배우에 불과하다.

 

 

김포공항 (2014. 3. 13)

 

 

자, 그리고 이제 이강(16)이 남았다. (아쉽게도 현이는 불참, 건녕은 지각) 냐래의 비관적인 세계관이 '우연'이라 표현된 것과 달리, 강은 그 성격모냥 무한히 긍정적인 것으로 바라보았다. 강은 '백지'라고 말했다. (맞다. 강은 로크Locke의 후예다.)

 

어차피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에게 태어나면서 그저 흰 종이 한 장이 주어졌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빈 종이를 채워나가는 뿐이다. 강이가 말했던 내용에 좀 더 추가하자면, 애초에 삶의 의미란 존재하지 않는다. 냐래의 말대로 우리는 모두 우연적으로 태어났을 뿐이므로, 까위의 지적대로 자살을 할 수도, 그렇다고 살 수도 없는 상태에 던져진 것이다.

 

그러므로, 이게 재미난 것이다. 어차피 의미는 아무 것도 없었으므로, 이제 의미가 하루씩 생겨나는 것이다. 빛나는 태양이 떠오를 때마다 또 하루의 의미를 만들 가능성 또한 생겨나는 것이다. 그 의미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다보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존재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성장은 그래서 즐겁다. 성장이란, 배움이란 우리가 의미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므로, 한편으로 이 의미없는 세계에 태어나서 우리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인 것이다.

 

이전에 없던 하루를 만들기 위해, 이전에 없던 세계를 위해 우리 모두가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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