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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와 덕치, 그리고 인성교육 15.07.2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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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와 덕치, 그리고 인성교육

논어, 위정편 3장에는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道之以政 齊之以形 民免而無恥 /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 도지이덕 제지이례 유치차격

법으로써 이끌고 형벌로써 다스리면 백성들은 이를 면하려고 부끄러움이 없어지게 되지만, 덕으로써 이끌고 예로써 다스린다면 부끄러움을 알고 스스로 바르게 된다는 뜻이다. 법치주의를 주장한 법가의 주장을 유가가 덕치주의를 내세우며 비판한 것으로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실제로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가 왕성하게 정치이론에 대하여 논쟁하던 시절, 결국 역사는 법가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법치주의가 현실정치에 적용되기에는 가장 적합한 이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상당부분 유효하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와 함께 법치주의를 이루어냈다. 실제로 이 법치주의는 산업화 시대에도 상당히 잘 맞는 사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화를 이룬 오늘날의 사회는 이제 그 모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어쩌면 자본주의의 모순만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모순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법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약속이다.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그것은 인류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정해 놓은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것은 개인이 모여 조직을 이루기 위한 신뢰의 토대이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정해 놓은 최소한의 양보질서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법이 흔들리는 것은 그 법을 규정한 조직에 치명적이다. 법이 흔들리게 되면 애써 구축한 신뢰가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에 있어서 만큼은 엄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법치주의이다. 그러나 앞에서 유가가 지적한 내용처럼 그 법치가 너무 강력해졌을 경우에는 부작용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법이 관여할 수 있는 범위와 법이 손을 대어서는 안 되는 부분의 구분을 정할 필요가 생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제각기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법으로써 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마치 고대 삼한의 제정분리 사회에서 나타난 소도(蘇塗)와 같은 성역이다.1)

오늘 부로 인성교육을 법으로써 명문화하는 '인성교육진흥법'과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이 시행된다.2)3) 인성교육을 명문화하여 세월호 참사 등을 통해 나타난 윤리 도덕 붕괴 상황을 타개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취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 법에 의해 시행될 인성교육 인증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4) 인성교육을 인증하겠다는 것 자체가 사람의 여러 성향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화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에 뜬 기사를 보면서 문득 과거 논란이 되었던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 사건이 떠올랐다. 한국사 교육이든 인성교육이든 모두 좋은 일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종종 지적하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초점이 잘못 잡혔다. 문제의 요점은 단지 과목의 편향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괄적 평가제도를 통한 획일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모든 문제에 '정답'이란 없고, 여태까지 우리가 풀어온 여러 가지 '해답'만이 있을 뿐인데, 그리고 그 해답마저 다른 종류의 풀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있는 것인데, 이러한 진실을 알고서도 단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말 너무 정치적이다.

'평가'하겠다는 것. '인증'하겠다는 것. 이 제도로 인하여 인성도 결국 하나의 스펙이 되고 말 것이다. 어디든 취업하기 위해 한 번 쓰고 버리면 되는 종잇장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얼마 전 몇몇 보육원에서 있었던 폭행사건을 접했을 때 보육교사를 선발할 때 인성을 인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어떤 사람들의 반응으로 보고서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결국 제도의 문제일까? 과연 우리는 정부가 뽑아준 인증서 한 장으로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그걸 기대하느니 차라리 길 가는 아무 사람이나 믿어도 괜찮은, 살가운 사회를 만드는 게 빠르겠다.


※ 각주
1) 소도(蘇塗)는 군장의 힘(정치력)이 닿지 않는 사제(종교)의 영역이었다. 고대 중동의 도피성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2) 프레시안 기사 "인성교육? 사교육 부추기는 악법"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8296)
3) 법제처, 검색어: "인성교육진흥법" 참고. (http://www.law.go.kr/)
4) "인성교육진흥법" 제12조(인성교육프로그램의 인증)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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