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 민들레 ■


중재 15.07.13 23:03
seoulmate HIT 215
중재

오늘은 주제의 무게 때문에 경어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중재라는 것, 관계라는 것, 사회를 살아가며 가장 어렵고 민감한 일입니다. 그런 주제를 평어체로 쓰는 것이 왠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오늘을 비롯하여 제가 그동안 공간민들레에서 어슬렁 거리며 보아온 모든 관계적 문제를 통해 배운 것, 이 문제를 통해 알게 된 길잡이들의 고충, 그리고 몇 가지 제안하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 물론, 관계적인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정답이 있지도 않습니다. 아이라고 해서 더 어리고 어른이라고 해서 더 잘 해결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관계적인 문제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그 양상이 전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든 관계적인 문제 앞에서는 자랑할 것이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저 역시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이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1. 배운 것
먼저 저의 삶 속에서, 그리고 이곳 공간민들레에서 배운 것 가운데 하나는 거의 모든 관계적인 문제가 100% 일방적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일방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 사건 이면에 감추어진 사연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대개 사건 이전에 이미 형성된 인간관계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인간관계의 불화가 평소엔 수면 아래에 잠겨 있다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다툼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렇다 보니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만 보고 사건 이면에 있는 사연을 다 알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물론 길잡이(공간민들레의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일단 사건이 생기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아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최대한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려다 보면 모든 일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100% 일방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관계적인 문제가 벌어졌을 때, 길잡이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중립을 지켜야만 하게 됩니다. 물론, 그 중립이란 둘 밖에 서서 전지적 심판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한가운데(中) 서서(立) 적극적으로 둘을 화해하도록 돕는 중재자의 태도를 취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단지 화해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관계적 문제는 100% 일방적이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혹여 일방적이었다 하더라도 중재자의 입장에서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다그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교육적으로 그리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재의 목적은 화해를 도모하고 무의미한 복수의 연속을 막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도 길잡이들은 아이들의 다툼 속에서 어느 한 편만 들어주기가 어렵습니다. 그것은 도리어 공동체를 해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2. 본 것
제가 공간민들레에서 어슬렁 거리면서 보게 된 것은 무엇보다 길잡이들의 노력과 그들의 고충이었습니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중립의 위치에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길잡이들도 사람인지라 언제나 완벽하게 중립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관계적 문제에서 복수심이 아이의 마음 속에서 조금이라도 일어날 경우 아이는 자신이 당한 것의 100%의 보복만으로는 결코 만족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복수심이란 딱 자신이 당한 것만큼을 돌려주지 않고 언제나 그 이상을 돌려주려 하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저는 중재 자체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길잡이들이 아이들 사이에서 중재를 하고도 아직 그 복수심이 다 가라앉지 않아 흔들리는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며 마음 아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이제 각자 자기 말만 들어줄 완벽한 자기 편을 찾아 떠납니다. 그것이 참 어렵습니다.

3. 요청
물론 여전히 길잡이들은 아이들 사이에 서서 중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저는 아이들 부모님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육이란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학습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도 확인하였고요, 무엇보다 교육을 함께 받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은 아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간민들레가 존재하는 목적은 단지 학비를 받고 아이의 부모님 대신 교육을 전담하는 것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아이들을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라기보다 로봇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인적 교육은 마치 오래 전 농촌의 마을공동체처럼 어느 단 하나의 교육자가 아니라 마을 어른 모두가 모두의 어버이가 되어 마을 아이 모두를 우리 아이 삼아 기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거기서 전담하는 것이 좀 더 많은 사람이 있고, 공간민들레에서는 그들이 다름 아닌 길잡이들이 되겠지요. 하지만, 길잡이들에게 이 모든 것을 맡겨놓는다면 그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먼저는 공간민들레가 다른 어떤 학원 같은 학습기관이 아니라 교육공동체라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이를 이해해주신다면 자신의 아이에게 관계적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문제를 보다 지혜롭게, 아이들을 위해 보다 교육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길잡이들의 현장을 조금만 더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듯 완벽하게 착한 사람도 없고 완벽하게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는데, 길잡이들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아이들 사이에 서서 어느 한쪽 편만 들 수가 없다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그리고 중재자의 특성상 양쪽 모두에게 양보를 권면할 수밖에 없음도 보았습니다. 편애는 도리어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가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안 들어주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아이들은 여지껏 부모님들의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받아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 아이의 부모님들께서는 먼저 길잡이들의 이러한 처지를 이해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자신의 아이 외의 다른 아이의 말도 귀 기울여 들어보아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물론 억울한 나의 아이를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겠지만, 나의 아이만 우리 아이가 아니라 남의 아이도 우리 아이라는 마음으로 하면 문제가 조금 더 지혜롭게 풀리지 않을까요? 결국 아이들은 언제가 부모님을 떠나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 하고, 또 다른 누군가와도 관계적인 문제를 평생 경험해야 하는데, 그것을 배우는 청소년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관계의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계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요?

이 글을 쓰면서 참 많이 망설였습니다. 저는 공간민들레의 길잡이도 아니고 그저 어슬렁 거리는 사람일 뿐입니다. 게다가 아직 결혼을 하지도 않았고 아이도 키워본 적이 없으면서 아이의 부모님께 무엇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참 주제 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다른 어느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공간민들레에서도 종종 생기는 각종 관계적인 문제와 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해 골몰하시는 길잡이들을 보면서 무언가 배우고 깨달은 것이 있기에 이 글을 씁니다. 부디 이 글이 모든 관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는 벽돌 한 장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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