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 민들레 ■


15.07.09 23:52
seoulmate HIT 199


때로 안다는 것은 단순히 파편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한 반대로 무엇에 대한 파편적 지식마저 전무한 채 추상적으로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앎이란 관계 속에 있다. 우리가 관계를 맺고, 또 그에 대한 파편적 지식과 추상적 인식을 종합적으로 익히는 것, 그것을 깊이 앎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아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요, 사랑하면 알고자 하게 된다. 물론, 그 알아가는 과정은 한순간 갑자기 일어나지 않고 서서히 일어난다, 마치 깊은 물이 흐르듯...

오늘은 성북구 청소년문화공유센터 3층 복도 구석진 곳에 쌓여 있는 각종 자재들을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모두 공간민들레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급히 쌓아둔 것으로 그동안 여러 변화 속에서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사실 나는 공간민들레가 이사를 올 때 거들지 못하였고, 또 공간민들레와 함께한지 이제야 한 달 남짓 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알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치른 자재 정리는 참 값진 기회였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물건을 정리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 물건을 샅샅이 뒤져가며 그동안 자신이 미처 다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쳐 버린 자신의 흔적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민들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민들레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아직 내게 있어서는 종합적인 이해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공간민들레의 흔적의 파편일 뿐이다. 그러나 농부가 머릿속 상상으로 땅의 포근함을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땅을 갈고 만지고 씨앗을 심는 과정 속에서 그 포근함을 알듯이 오늘 습득한 흔적의 파편 역시 훗날 공간민들레를 보다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한 조각이 될 것이다.

거의 한 달 남짓 공간민들레와 함께하며 때론 알 듯 하면서도 실제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지금은 흐릿하게 보아도 시간이 흐르고, 실물을 직접 만져가며 맺은 관계적 교감은 훗날 더 깊은 앎으로 사랑으로 우릴 이끌어 주겠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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