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 민들레 ■


15.06.25 13:44
seoulmate HIT 211
20150625_(1)_2.jpg (80.7 KB) DOWN 0





식사를 한다는 것은 인류, 아니 온 지구 위의 생명체의 등장 이래 가장 오래된 일이다. 그중에도 인류는 수많은 먹거리를 찾아 왔고, 여러 가지 조리법을 개발해왔다. 그것은 단지 인간히 유흥을 즐기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그것은 몸에 해로운 것과 먹어도 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었으며, 또 먹기 힘든 것을 어떻게 하면 보다 쉽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뇌한 흔적이었다. 곧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 거룩한 일이었고 그래서인지 지금도 많은 종교의식이나 정부의 각종 행사에서 음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기독교 계열의 전통에서는 그것이 '영성체', 혹은 '성찬례'라고 불리는 형태로 나타났고 유대교와 이슬람교에는 아직도 코셔와 할랄이라는 음식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있다. 불교에서도 음식을 남기지 말 것과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고, 유교를 비롯한 수많은 종교의례에서도 음식과 술은 빠지지 않는다. 종파를 떠나 인류는 오랫동안 저마다의 방식으로 식사를 하는 것과 삶을 밀접하게 연관시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식사를 한다는 것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먼저 어떤 한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하여 다른 생명을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담고 있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이것은 어쩔 수가 없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하여 다른 생명을 죽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랜 시간 인류는 음식을 극진히 모셔 왔다. 식사시간은 하루 끼니 대충 때우는 시간이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자신의 몸 안에 모시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내가 살아가기 위해 소중한 생명이 자신의 몸을 바쳤고, 우리가 그것을 우리의 몸 안에 모시는 것은 오늘 하루 우리가 그 생명이 살지 못한 삶을 대신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생명 바친 모든 것들을 대신하여 오늘 하루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식사를 한다는 것은 친교의 의미가 있다. 서로 모르던 사이라도 밥을 한 번 같이 먹으면 '밥 한 번 먹은 사이'가 된다. 그 사이가 얼마나 각별한지 '밥 한 번 먹은 사이'라는 관용어까지 생겼으니 밥 한 번 같이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알겠다. 또한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을 우리는 한자어로 식구(食口)라 한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뜻, 곧 앞의 관용어와 같이 '밥 한 번 먹은 사이'를 의미한다. 그리고 실제로 밥을 먹는 동안 우리는 밥만 먹지 않는다. 그 시간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며, 또한 삶을 나누는 시간이다. 밥이 생명이라는 점에서는 목숨까지 함께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오랜 풍습이 있다. 가령 불교에서는 음식을 다 먹고 나면 김치 한 장 밥그릇에 얹어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 먹는다거나 하는 풍습이 있었고, 이제는 그런 가정이 많이 사라졌지만 밥그릇에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먹는 문화가 우리나라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있었다. 그것은 단지 먹을 것이 소중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먹을 것이 된 그 생명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식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생명을 소홀히 하는 것이고, 음식을 귀히 대하는 것이 생명을 귀히 여기는 것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음식과 생명을 대하는 태도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다만, 음식을 귀히 여기는 태도를 통해 우리의 조상들은 생명을 귀히 여기는 태도를 가르쳐준 것이다.
공간민들레에서도 함께 점심을 먹는 시간은 참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것은 살림꾼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음식을 골고루 분배하고 함께 모여 앉아 식사를 나누며 마지막으로 설거지를 하고 살림꾼들이 뒷정리를 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밀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식사시간을 통해 공간민들레의 아이들은 삶을, 오늘 숨쉬는 것의 무게를 배운다.

※ 추신
글은 나름 멋있게 써보려고 노력해보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오늘 점심 메뉴가 참 많이 나왔죠? 다들 아시다시피 점심시간마다 전날 남긴 음식 가운데 상한 것은 버리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다시 꺼내어 놓고 있습니다. 잔반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갈수록 메뉴가 많아진다는 것은 전날과 전전날 남긴 음식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끝내 다 먹지 못한 음식 가운데 상할 우려가 있는 음식은 결국 버려지게 됩니다. 음식을 먹을 만큼만 적당히 가져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골고루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당근"과 "마늘쫑"도 음식입니다. 고기경단만 다 가져가고 버려지는 당근과 마늘쫑의 생명은 누가 위로해주나요?
어슬랑15.06.25 14:52

추신의 글이 멋있고, 재밌습니다! ^^
  


    
273
 인성교육진흥법을 첨부합니다.    

어슬랑
15.07.22 572
272
 법치와 덕치, 그리고 인성교육    

seoulmate
15.07.21 682
271
 상반기 결산  2  

seoulmate
15.07.20 604
270
 청소년기    

seoulmate
15.07.18 608
269
 프로젝트 공유    

seoulmate
15.07.14 396
268
 중재    

seoulmate
15.07.13 216
267
     

seoulmate
15.07.09 206
266
 다윈의 개  1  

seoulmate
15.07.07 252
265
 미인도    

seoulmate
15.07.07 349
264
 자기 돌아보기    

seoulmate
15.07.06 226
263
 배움    

seoulmate
15.07.03 203
262
 프로젝트 진행 상황  1  

seoulmate
15.06.30 302
261
 구도(求道)    

seoulmate
15.06.29 198
260
 몸과 마음  1  

seoulmate
15.06.26 219

   1  

seoulmate
15.06.25 211
258
 다르게 사는 삶    

seoulmate
15.06.23 275
257
 6월의 오대산..    

어슬랑
15.06.23 275
256
 오디세이 그룹 회의 (2015/06/22)    

seoulmate
15.06.22 467
255
 공간민들레 그룹 활동    

seoulmate
15.06.22 250
254
 점심시간의 정치 2  1  

seoulmate
15.06.18 260
253
 민들레 살림꾼    

seoulmate
15.06.18 245
252
 공간민들레 프로젝트 활동  3  

seoulmate
15.06.16 284
251
 점심시간의 정치학  2  

seoulmate
15.06.15 271
250
 민들레와 오디세이의 만남  1  

seoulmate
15.06.11 291
249
 또 다른 인사...  1  

어슬랑
15.06.11 256
1 [2][3][4][5][6][7][8][9][10]..[11]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JY

 

Fit for your monitor 1024*768 ★ Copyreft ⓒ 1999~2010. by leroy7. All Rights NOT-reserved ★ Since 1999 Ver.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