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 민들레 ■


상반기 결산 15.07.20 23:03
seoulmate HIT 584
상반기 결산

오늘은 민들레, 내일은 오디세이가 공식적으로 방학이다. 그런 점에서 오후에는 올 상반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좋았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좌충우돌 하면서도 무언가 배운 것이 있다며 감격하는 아이도 있었고, 한 학기 동안 아쉬웠던 점을 토로하는 아이도 있었다. 여하튼 아이들도 이야기를 나눴으니 나도 무언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실은 아직 무엇을 말할 입장은 아닌지도 모른다.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만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인데 나는 아직 민들레를 두 달도 경험해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 짧은 시간이나마 아직 다 정리되지 않았지만 느껴왔던 것들을 나눠보면 이렇다.

먼저 그동안 나는 민들레의 아이들을 보며 과거의 나와 종종 비교를 해보았던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벌써 만 8년이 넘었다. 그리고 실은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는 속담도 있듯이 그동안 나도 많은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누구나 한 번 쯤은 청소년기를 겪어보았을 부모님들이 왜 자신의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도 같다. 그만큼 나도 나의 과거를 많이 잊고 있었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공동체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현실이 나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생각과 현실에는 언제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이상이든 기대이든, 직접 경험한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두 달도 경험해보지 못한 채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역시 표면적인 것만 보고 내린 것이기 쉽다. 그런 점에서 민들레의 공동체성이 얼마나 깊이 형성되어 있는지는 앞으로도 내가 민들레를 관찰하는 데에 있어서 주된 관심사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공감이 되는 부분을 하나 나누자면, 요 몇 주 월요일에는 준한 그룹과 함께하면서 준한 길잡이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사실 그와 내가 동갑내기라는 것을 알게 된 건 몇 주 되지 않았는데, 물론 다른 길잡이들도 저마다의 고충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동세대 사람으로서 느끼는 동질감이 크다. 무엇보다 민들레에 와서 자주 느끼는 감정 가운데 하나는, '나 스스로도 길을 다 못 찾고 헤매고 있는데, 어찌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나와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나와는 조금 달리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동년배로서 비슷한 고민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그룹 회의에서는 그래도 아이들에게 무언가 자신있게 말하고자 하는 노력도 보이지만, 또래의 눈에는 여전히 불확실한 사회 속에서 그 너머의 불안한 눈빛이 어렴풋이 보였던 것이다. 모르겠다. 사실 상대방의 감정을 쉽게 예단하는 것은 그릇된 일일 경우도 많다. 그러나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나의 감정을 그를 통해 반사적으로 확인한 것일 테고, 그렇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또래 사이의 교감이겠거니 한다.

마지막으로 민들레에 와서 그동안 내가 가장 많이 보고 배운 분은 함께 어슬렁 거리시는 인석 선생님(필명 '어슬랑')이시다. 무엇보다 연배도 우리보다 많으시고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부분부터 혹여 중재를 해야 할 때 취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민들레의 길잡이들께서도 모두 훌륭한 분들이시겠지만, 내가 인석 선생님께 많은 것을 배운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같은 어슬렁 거리는 사람의 입장에 있을 뿐만 아니라 청문공에서 각종 일로 바쁜 길잡이들보다 인석 선생님과 무엇이든 나눌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때로 무엇을 배워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배움의 길을 가로막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곤 한다. 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경험하곤 한다. 어쩌면 지난 한 달 반 간 민들레에서 나의 태도가 그러했던 것은 아닌지도 한 번 돌아본다. 그러나 사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슨 일이나 처음에는 자신이 아무 쓸모가 없다고 느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언제까지 무엇을 배워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였다면 정상이다. 실제로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인데 무어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던 것이 깨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아리가 알을 빨리 깨고 나오도록 밖에서 돕지 않듯이 때로 그러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것은 도리어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러니 조급해 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여전히 배움의 길 위에서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노력만으로 다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노력의 토대 위에 채워지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그것을 꾸준함이라 부르고, 그 다가오는 것을 때라 일컫는다.
어슬랑15.07.21 1:20

제가 글에 거명되어서, 댓구를 안할수가 없군요^^ 배움은 일방적이 아니라, 지위,연배의 높낮음이나 위치의 다름과 상관없이 소통을 통하여 깨우쳐간다는 것을 민들레에 와서 보고있습니다. 교육학책의 첫장에 교육은 '줄탁동시- 병아리가 부화하기위해서 계란 안에서 병아리가 쪼고 밖에서는 어미닭이 쪼아서 깨뜨린다'라고 써있습니다. 이부분을 저 나름대로는 배움을 위한 소통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두달이 안되는 기간동안 저도 seoulmate님과 아이들, 길잡이,그외 분들, 민들레앞의 나무에게서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배우는 삶과 실천하는 삶이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seoulmate15.07.21 10:08

앗 그렇군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어미닭도 밖에서 쫀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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